[Tarot] Leave empty dreams

제 맘대로 브금 2
https://youtu.be/1tgdUXnLpJA

reading 구리
뮤지컬 데스노트 엘 X 비밀 (아마미야 시키)

16세 사춘기, 비밀의 가출 이후
꿈을 꾸는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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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기 전의 상황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엘은 비밀을 알아서 돌아오겠지 하며 기다렸는데, 사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은근 뭔가 기대하기도 한 모양입니다. 서프라이즈 할 게 있나? 아님 나 몰래 산 물건이라도 있나? 이런 대수롭지 않은 예상이었죠. 그래서 며칠이 지나도 여행 갔나, 집이 좀 답답해졌나 같은 다른 추측을 하며 비밀에게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는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비밀이 꿈에 나옵니다. 이번에도 따라가는 카메라처럼 엘이 그 뒤를 걷는 모습이겠네요. 비밀은 집을 나선 후로... 계속 뭔가 망설이고 있어요. 동시에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비밀이 만나는 사람 중에는 비밀을 붙잡고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어요. 비밀은 그것도 좋지만 대답을 미루고 떠나길 반복합니다. 앉아 있는 비밀에게 사람들이 다가오는 이미지가 아니라, 계속 어딘가를 걷고 돌아다니는 비밀이 스쳐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멈추고 다시 나아가고 멈추고 걷고 돌아서길 반복하는 느낌.

엘은 비밀이 무슨 의도가 있어 그런 행동을 하나 주의깊게 살펴보지만 바로 유추할 순 없습니다. 왜 시간 낭비를 하고 저렇게 같은 일을 반복하지? 친구를 만들기라도 하면 의도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확실한 건 비밀이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사실. 왜 이렇게 의미없는 산책을 반복하고 있을까. 엘은 비밀을 멈춰세우고 묻습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하루종일 이렇게 걸어다니고. 발이 다 붓겠어요. 비밀은 눈을 피하고, 대답을 피하고, 엘을 피하고. 아무리 물어도 비밀이 추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때 즈음에 깨어납니다.

이 꿈의 핵심은 엘이 비밀에게 가지고 있던 욕심을 이제야 깨닫는다는 거예요. 비밀이 왜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그게 꿈의 모습이라도 현실적인 물음이 됩니다. 꿈이라도, 나는 왜 찾아나섰지? 지금 그 거리에 나가면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을까? 왠지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꿈속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 질문하다 보면, 비밀이 들어오지 않아 불안해진 자신이 있습니다.

꿈 속의 엘은 비밀을 따라가며 계속 떨고 있었습니다. 아, 겉으로는 멀쩡해도, 적어도 그의 심장은요. 비밀이 어떻게 잘못되리라는 극단적 상상을 하진 않지만... 몰래 쫓아가고 있다는 감각도, 비밀이 점점 모르는 사람들과 스쳐가는 모습도 그렇죠. 그로부터 위의 질문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깨어난 엘은 그대로 나가려 해요. 찾아가자.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될 일 같다. 하지만 문이 열리면 그럴 필요도 없던 것처럼 멈춰버리는 둘.

이 꿈은 엘이 스스로 탐구하길ㅡ비밀에 대한 감정의 방향을 알아내길 바랐던, 나침반과도 같은 해프닝입니다. 사실 여전히 애매하고,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나침반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떨림을 바라보게 되잖아요? 엘과 비밀 모두 그 변화를 알아챕니다. 엘의 속내에도 흔들리는 뭔가가 있다는 걸, 우리가 상극인지 알아야 한다는 걸.

결론적으로 관계의 이름과 형태는 조금 변화하겠습니다. 결국 자신을 위한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생각보다 상대를 고려하고, 잘 알고 행동하고 있는 둘. '자신'이 뚜렷한 사람들임은 확실하고 그것이 지켜지는 한에서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둘은 가끔 혼자가 되면 이 사이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