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ot] 그대가 없는 이상한 하루가 지나요

제 마음대로 브금 골랐습니다
https://youtu.be/sRRDZ2S1wmc

reading 구리
뮤지컬 데스노트 엘 X 비밀 (아마미야 시키)

엔딩 이후, 엘의 꿈을 꾸는 비밀

가슴존*찢어지게아프다

비밀의 꿈을 보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봅시다. 비밀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들까지 모두 그들을 무너뜨리고 있었네요. 말그대로 붕괴에요. 라이토와 엘의 죽음 이후 살아남은 이들은 그 죽음의 전말을 찾으며(정확히는, 찾으려 해도 너무나도 놀라고 절망적인 상황에 이러한 수사는 느려진 상태), 또 그 이전의 일들을 떠올리며 제정신이 아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직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헤매이는 중입니다.

비밀은 그렇게 혼자 있게 된 집에서, 차라리 이 집도 다 무너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꿈을 꿉니다. 꿈 속의 엘은 평소보다 더 차분하고 담담해보입니다. 수사를 하거나 학교를 다니는 그런 모습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가고, 어느덧 엘의 속내로 들어갑니다. 비밀이 정교하게 상상한 엘의 추리 과정과 속내죠. 엘은 점점 불안해하기도 하고, 마침내 부둣가에 가서는 '이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총소리가 몇 번 울리고, 그 소리를 자신도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받아들이는 비밀.

비밀은 꿈속에서 그 일에 개입할 수 없는 모브라 할 수 있어요. 바라보고 따라가지만 행동할 수는 없는 유령같은 자신. 녹음기만 넣을 게 아니라 이렇게 엘을 따라가서 어떤 일이든 막았어야 했어. 손을 뻗어 붙잡지만, 엘은 돌아보더라도 비밀을 떼어놓고 창고로 들어갑니다. 비밀이 어떻게 행동해도 꿈은 총성을 마지막으로 함께 무너졌을 거예요.

이런 꿈을 여러 번 꾸더라도 결말은 같습니다. 엘의 죽음으로 꿈이 끝나고 비밀은 때로 일어나서도 발자국 소리와 총성을 이명처럼 듣는 것 같아요. 그러나, 꿈이 바라는 것은 오히려 이 트라우마에 질려 하루빨리 현실로 나아가는 것. 비밀이 이 일의 이상함을 깨닫고 수사에 참여하기라도 바라는 걸까요? 이 꿈을 보여준 신이 있다면 그는 비밀이 엘의 비밀을 다시 파헤치길 바랐을 것입니다. 끔찍한 꿈으로 다시금 등을 떠밀고, 결과를 지켜보는 거죠. 너무한 일이지만.

꿈은 사실 비밀의 어떤 의지를 표현하고 있어요. 따라나서고 싶다는, 엘의 속내를 전부 알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다짐하려는 망설임입니다. 내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엘이 했던 수사를 나도 똑같이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네가 상대인 일을. 그렇기에 앞으로 비밀은 선택해야만 합니다. 이런 끔찍한 과거에 시달리길 포기하고 나의 삶을 찾을지, 그럼에도 다시...

결과적으로 비밀은 오랜 시간 잠적하며 사정을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 죽은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의지와 행동은 별개죠. 혼자 일어서기 전까지 모두 무너졌고 그만큼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비밀은 그 파편을 모두 다시 모아 일어나, 꿈에서 뻗지 못 한 손을 현실에서 다시 뻗고자 합니다. 새로운 수사, 의문을 가진 생존자들, 기이한 행렬. 원한다면 어디에든 갈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ㅡ 이 지독한 꿈이 더이상 눈물로 이어지지 않는 시점의 비밀은 자신의 이름을 꺼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