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ot] 꿈이 있는 자리

믿고 보는 구리 타로 다녀왔습니다!
시키가 죽은 이후 엘이 꾸게 된 악몽을 들여다보고 왔어요

⚠️ 살인 묘사 및 다소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대화와 추가질문을 따로 적어두지 않았어요
제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궁금하면 디엠 주…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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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기 전의 엘을 먼저 볼까요. 시키와 엘은 (당연하게도) 애정을 나누는 연인이었습니다. 서로의 관계에 흠이라고는 없는 사랑을 했어요. 그러나 시키의 죽음이 찾아왔고, 그 죽음은 미제사건으로 남겨진 채라고 합니다. 시체도 사라졌나 싶을 정도네요... 다른 피해자들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범인을 쫓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어요. 엘은 시키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정신없이 수사합니다.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애도할 시기를 덮어버린 거죠.

정신없이 수사하던 어느날 엘은 시키의 꿈을 꿉니다. 꿈 속의 시키는 움직이는 시체나 다름없어요. 시키는 너덜너덜한 채로 나타나서 엘에게 매달리거나, 퍽퍽 치거나, 목을 누르는 등 폭력적으로 굽니다. 그러니까 이 꿈은 시키에게 제압당한 엘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거죠. 시키는 그런 차갑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엘에게 계속 하소연합니다. 왜 나를 가장 먼저 찾으러 오지 않아? 죽는 것보다 그게 더 비참해. 나를 찾으러 와. 네가 모를리가 없어. 알아냈으면 찾으러 와... 시키는 막무가내입니다.

꿈 속의 엘 또한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합니다. 자신이 아닌 것처럼 군다고, 무의식의 엘은 생각하겠죠. 엘은 시키를 제압하며 전세를 역전시킵니다. 그 순간 살인범이 시키를 살해하며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면 어떡하나 겹쳐봅니다. 마치 그 입장에서 상상해보는 것만 같은데, 그것이 불쾌한데, 꿈이 멈추지 않습니다. 엘은 시키의 시체를 가지고 돌아다녀요. 지금까지 수사하며 찾아낸 살인현장 또는 예상되는 포인트를 꿈에서 직접 걷고 짚습니다. 그곳에 매번 시키가 놓여있고 엘은 끔찍해하며 내려다봅니다. 꿈은 계속 그렇게 현장을 돌고 돌아요. 엘은 아침에야 간신히 깨어납니다...

그리고는 이 꿈은 힌트일까 고민합니다. 살인마의 시점처럼 느껴졌기에, 자신이 드디어 미쳐버렸다는 생각보단 무의식이 조합해서 도출해낸 추리라는 생각이 먼저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풀릴까? 내가 이 꿈을 따라 현장에 가본다면 다른 단서가 보일까? 시키의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꿈을 통해 엘은 다시 생각하고 수사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살인 사건들의 동기를 이해하고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의견에 스스로도 바로 동의할 수 없으면서요. 하지만 시키의 꿈이 이끄는 엘의 슬픔도 무시할 수 없겠죠. 엘은 빠른 시일 내로 슬럼프를 다시 겪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 꿈이 원하는 것은 엘이 자신을 더 돌아보고 신경쓸 것이라는데, 그렇다기엔 악의적인 내용이네요. 그는 사건을 돌아보고 있잖아요. 분명 시키를 애도할 시간을 주는 꿈이었어요. 그래야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죠. 하지만 엘의 지금 꼴도 말이 아니고, 시키와 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계속 생각합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몸을 챙기라고 해도 챙기지 않았었나봐요.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온 엘이 드문드문 떠올리는 시키는 어릴 적 함께 지냈던 그 시절의 시키입니다. 어른이 되어 같이 수사하고, 불안에도 떨고, 때로는 감정을 숨기던 그런 모습이 아니라, 항상 웃던 모습을 떠올려요. 어릴 때 시키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애써 기억해봅니다. 또 그는 결국 계속 수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무너지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이 엘의 책임감입니다. 시키와 같은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리합니다.